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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난민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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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21-09-0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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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자신의 조국이 망해버리고 미국 입국을 거부당한 채 공항 안에 갇혀서 생활하는 남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있다. 톰 행크스 주연의 '터미널'이다. 톰 행크스는 그 영화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공항 터미널에 갇혀 지내지만 생존의 방법을 찾고 나름대로 항공 승무원과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영화 속의 톰 행크스처럼 공항 난민의 신세가 돼 인천국제공항에서 1년 2개월 동안 갇혀 살았던 사람이 있다. 조국의 박해를 피해 탈출했지만 한국에서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해 공항난민이 된 아프리카의 한 남성이 주인공이다.
   그는 인천공항 43번 게이트 환승구역에 머물렀다.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이 남성은 본국으로 강제송환된다. 한국에서 했던 활동들이 자칫 고국에 알려지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그는 이름은 물론 모국이 어디인지, 왜 떠나왔는지도 밝힐 수 없는 처지다. 우리나라에서 난민 지위를 얻고 정착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철저하게 익명으로 살아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남성이 한국에 온 것은 지난해 2월이었다고 한다. 자신의 나라를 탈출해 남태평양 섬나라로 가던 중 환승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들어왔다가 여권을 잃어버렸고 하는 수 없이 한국에서 난민신청을 했지만 법무부 출입국관리소는 난민 신청조차 받아주지 않았다. 그가 환승객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법무부는 환승객 신분은 난민 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항 생활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가지고 있던 돈은 모두 떨어졌고 굶기 시작했다. 간혹 환승구역에서 여행객들이 건네는 돈으로 음식을 사먹으며 생활을 이어가지만 한계가 있었고 그에게는 환승구역이 안전은 보장하되 자유를 묶어둬 감옥과도 같았다.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해 그의 사연을 뒤늦게 접한 시민단체 등이 도움으로 음식과 생활용품을 지원받기는 하지만 불규칙한 생활로 영양 불균형이 심각하고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지난 4월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법무부 인천공항 출입국 외국인청을 상대로 '수용 임시 해제' 신청을 낸 덕분에 공항 생활을 청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천의 한 주택에 머물면서 난민 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난민 자격을 줄지는 알 수 없다. 1994년 1월부터 2021년 7월까지 한국의 난민신청 건수 대비 통과율은 1.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난민에게 닫혀 있는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물론 탈북민들을 보호하고 수용하는 것이 제외됐기 때문에 그런 낮은 수치가 나올 수 있지만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난민에게 배타적인 국가로 낙인찍혀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최근 아프가니스탄의 한국인 조력자들의 조건없는 구출에서 보여준 것을 계기로 난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지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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