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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없는 관광도시는 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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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9-06-2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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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경북신문기자] 글로벌 관광도시가 되려면 문화적 기반을 갖춰야 한다. 단순하게 역사유적 자원이나 즐길거리로만 관광산업을 일으킬 수 없다.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다. 세계적인 관광도시는 그 도시의 정체성을 담은 문화가 당당하게 꽃을 피운다. 그래야 여행자들이 그 도시의 매력에 빠져든다. 대표적으로 파리가 그렇고 피렌체도 그렇다. 아시아에서 교토가 그렇고 베이징이 그렇다.

  경주가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커나가지 못하고 있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이 바로 경주를 대표할 수 있는 문화가 부박하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도시라는 말은 그럴 듯 하지만 그 정체성을 말해주는 문화예술이 시들어버렸다. 1천년 전 신라의 고도였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경주가 내세울 만한 자신 있는 문화예술이 없다. 한때 문학의 고향이었던 적이 있었다. 동리와 목월의 고향이었다는 점과 수많은 문인들이 경주의 정취에 빠져 정착하면서 얻었던 명성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장점도 시들해져 버렸다.

  무엇보다 번듯한 미술관 하나 없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엑스포공원에 솔거미술관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세계적인 관광도시의 문화 인프라로 내세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솔거미술관은 그저 전시장의 기능 밖에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접근성 또한 현저하게 떨어진다. 현대의 미술관은 전시기능뿐만 아니라 복합 문화공간으로서의 기능을 감당해야 한다. 심지어는 미니 웨딩홀도 있어야 하고 기프트숍도 갖춰야 한다. 문화교육을 감당하는 다목적홀이 있어야 하고 가능하다면 대형 콘서트장도 마련하면 좋다.

  시립예술단에 교향악단이 없다는 점도 걸린다. 시향이 있다면 수시로 경주의 그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음악회를 열고 국내외 여행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 교향악단이 실내공연만 고집하던 시대는 지났다. 시향이 있다면 시민들의 문화적 수준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시민들도 그렇고 경주시도 마찬가지로 이정도면 문화 인프라는 적당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예술의전당도 있고 솔거미술관도 있으며 그것이 모자라면 서라벌문화회관도 있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늉만 갖춘다고 그것이 충분한 인프라가 될 수는 없다. 시민들은 물론이고 외지에서 경주를 방문하는 국내외 여행자들의 수준은 이미 엄청나게 높아졌다. 그들의 기호를 만족시켜줄 수 없다면 경주는 경쟁력 있는 관광도시로 커나가기에 힘들다.

  관광자원만 가지고 경주의 미래가 담보되지는 않는다. 문화와 예술의 기반이 현저하게 부족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더 미루면 늦다. 도처에서 음악이 흐르고 전시회가 마련되는 외국의 관광도시를 봐야 한다. 그들과 경쟁해서 이길 뭔가가 없이는 늘 고만고만한 국내용 관광도시에 그칠 수밖에 없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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