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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주 `살롱헤리티지`에 거는 기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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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21-11-1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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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차이나타운 한쪽에 '헤리티지센터'가 있다. 그곳은 화교들이 싱가포르에 정착할 당시부터 현재의 싱가포르 경제를 주도하는 주류 집단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미니어처를 통해 재현하고 있다. 낡고 좁고 지저분한 그 공간은 도저히 첨단 미디어 시대에 적합하다고 보기 어려운 시설로 가득차 있다.
   그러나 그곳은 묘한 흡인력을 갖는다. 매우 사실적인 표현으로 과거 화교들이 싱가포르에 정착해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을 재현해 차이나타운의 정체성을 높였고 타관에서 겪었을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했다.
   좁고 퇴락한 주거공간에서 일가족이 기거하던 모습과 재래식 화장실의 비위생적인 모습을 실물 크기로 재현해 뒀고 생계를 이어갔던 재봉틀과 재물을 불려 나가던 전당포 시설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또 한쪽에는 투전판에서 살기등등한 싸움이 벌어져 유혈이 낭자한 모습을 그대로 미니어처로 표현했고 아편에 녹아나는 실패한 화교 남자의 모습이 절망적으로 그려져 있기도 하다.
   그 고통의 역사를 넘어 지금은 다민족 국가 싱가포르의 경제를 주도하는 세력으로 성장한 자신들의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그래서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눈에 재싱가포르 중국인의 역사를 설명하고 그곳을 찾는 중국인들에게는 과거의 신산을 되돌이켜 앞날의 교훈으로 삼도록 해 뒀다.
   경주시는 국내 첫 세계유산 미디어 홍보관 '살롱헤리티지'를 개관한다 밝혔다. 세계유산도시기구 아태지역사무처인 경주시는 이곳에서 미디어디스플레이를 이용해 불국사와 석굴암, 첨성대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알린다. 경주엑스포대공원 내 국제행사기념관에 설치된 홍보관은 근대 유럽의 대화와 교류의 장이었던 '살롱'을 모티브로 기획됐다고 한다.
   이 공간을 채운 메커니즘은 최첨단이다. 미디어 터널, 스크린, 세계유산 서재 등에 첨단 디지털 장비와 고전적 공간이 함께 구성됐다. 국내 최고사양의 LED 디스플레이를 도입한 길이 9.6m 높이 2.7m의 스크린도 설치됐다.
   신라 천년의 도시 경주가 최첨단 장비를 통해 과거 신라의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시도는 매우 적절하고 획기적이다. 만약 이 공간에 싱가포르의 헤리티지센터처럼 미니어처와 같은 조형물로 채웠다면 신선한 충격을 주지 못할 것이다.
   왜냐면 싱가포르의 헤리티지센터에 전시된 것들은 중국인들의 삶을 기록적으로 보여주는 서사구조가 주도한다면 경주의 살롱헤리티지는 세계유산의 예술적이고 과학적인 가치와 그 신비의 유물이 주는 비밀을 현대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첨단의 방법론을 동원한 것이므로 매우 타당하다. 앞으로 이 공간에서 우리의 세계유산이 얼마나 신비롭고 가치있는 것인가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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