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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와 싸운 주민들 ˝친수공간 생기고 나서 태풍 불면 지옥같은 현실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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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작성일20-09-09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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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태풍으로 무너져 버린 점포 앞에서 주민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경북신문=김영식기자] 경주시 감포읍 감포1리 하인자(여·70)씨는 지난 4일 9호 태풍 마이삭이 몰아쳤을 때 갑자기 집안으로 밀려와 차오르기 시작한 물살에 휩쓸렸다.
 
  그때가 새벽 2시 30분께였다. 하씨는 손 써볼 겨를도 없이 밀려온 물살에 온 몸이 떠밀렸다.
 
  가까스로 가구 위로 올라간 하씨는 몇 차례나 발이 미끄러져 몰속으로 잠길 뻔 했으나 필사적으로 창틀을 잡고 버텼다.
 
  6시쯤 날이 서서히 밝아오면서 방안에 차올랐던 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3시간 30분에 이르는 사투를 벌여 하씨는 태풍의 아수라에서 벗어났다.
                      ↑↑ 무너진 가옥의 잔해물이 마치 폭격을 맞은 듯하다.   

9일 오전 9시쯤 태풍 피해를 입은 이재민 10여명은 문짝이 달아난 점포의 빈 공간에 모여 마을 자치위원회가 제공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재민들은 마이삭과 하이선의 잇따른 내습에 기가 질렸다고 입을 모았다.
 
하씨는 “70 평생 이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이번 태풍만큼 공포스러운 때는 없었다”며 “친수공간이 생기고 나서 2년 전 콩레이 때도 그랬고 3년 동안 태풍이 불면 안절부절 한다”고 말했다.
 
이재민이 모인 건물 주변은 태풍 하이선 이후 이틀이 지나 다소 정돈됐지만 무너진 가옥과 파손된 건물의 잔해가 아직 널려 있었다.
                      ↑↑ 이재민들이 한 곳에 모여 자치위원회가 제공한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마치 전쟁 이후의 복구작업이 진행되는 분위기였다.
 
  친수공간의 넓은 공원과 주차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나무는 어디로 떠내려갔는지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일부 주민들은 불어난 물에 갇혔다가 119 구조대에 의해 가까스로 탈출했다. 주민들은 “통신이 두절돼 친지들에게 연락도 못하고 살려달라고 소리만 질렀다”며 “구조대가 오기 전까지는 마치 지옥에 있는듯한 끔찍함을 느꼈다”고 했다.
 
경상북도 의회 박차양(경주) 의원은 “이번 태풍으로 감포항의 무시무시한 월파로 친수공간 일대가 쑥대밭이 돼 버렸다”며 “목에까지 물이 차 겨우 방안 작은 창을 열고 산으로 피한 주민, 파도가 집으로 치고 들어와 유리 파편을 밟으며 바위로 올라간 주민, 정전으로 수족관을 보다가 수족관에 빠져 휩쓸려 죽을뻔한 주민 등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고 말했다.
                      ↑↑ 친수공간을 조성하면서 길게 쌓은 방파제(왼쪽 위)가 파드의 원활한 흐름을 방해해 친수공간을 넘어 마을을 덮치게 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박 의원은 “피해 상황과 관련 자료, 그리고 마을주민들의 주장을 종합해 볼 때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고 본다”며 “콩레이 때와 똑같은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근본적인 대책과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현장에는 경주시, 경주소방서, 의용소방대원 등 자원봉사자들이 응급복구를 돕고 있었다. 마이삭 이후 하이선을 대비해 톤백 550개로 둑을 쌓고 방파제를 깨서 물길도 냈지만 크게 효과는 없었다.
 
김상완 전 어촌계장은 자신이 경영하는 회집의 저장창고를 지키기 위해 허벅지까지 차오르는 물살을 가르며 다가가다가 떠내려갈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 태풍 '마이삭' 피해를 입은 후 월파를 막기 위해 쌓아둔 톤백도 하이선으로 맥없이 무너져 버렸다.   

김 전 계장은 “원래 이 마을은 저지대가 아니어서 태풍 피해가 그리 크지 않았다”며 “친수공간을 조성하면서 바다를 매립하고 바다 중간에 있던 방파제에서 매립지까지 방파제를 추가로 건설해 파도가 갈 길을 잃고 마을을 덮쳤다”고 주장했다.
 
또 “친수공간 조성 당시 1m20㎝의 배수구를 설치할 때 더 넓은 배수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해양수산청이 월파에 문제없이 설계됐다면서 주민 의견을 무시했다”며 “파도가 넘치면서 몰려온 토사가 좁은 배수구를 막아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마을을 덮쳤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친수공간 앞 100m 지점에 잠제를 설치해 파도의 힘을 1차 분산해야 한다는 요구도 했지만 예산과 환경문제를 들먹이며 이마저도 들어주지 않았다”며 “친수공간 완공 후 2018년 1번의 태풍, 지난해 2번의 태풍 때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 태풍으로 맥없이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아직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피해마을에는 하진식 감포읍장이 잠시도 자리를 떠나지 않은 채 피해복구에 전념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읍장이 쓰러질까 겁이 난다고도 했다.
 
하 읍장은 “태풍이 다가오기 전부터 전 직원이 비상근무를 하고 있었지만 피해를 줄이지 못해 주민에게 죄송할 따름”이라며 “피해를 최대한 빨리 수습해 주민들이 일상으로 복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식   74949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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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