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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의 詩의 발견] 개밥과 도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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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前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 작성일21-01-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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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前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교수 김성춘동창회 나갔던 아내가 일찍 들어 왔다

누구는 반지가 크고
누구는 명품 가방 들었고
누구는 은 여우 목도리 둘렀고
누구는 주름살 펴 처녀 같아졌는데
자기만 으쓱할 게 없었다

기죽지 않으려고 잘난 척 하는 것들에게
한마디 했다고 했다

개밥들아 잘 놀아라 도토리성 들어간다
 -홍사성,'개밥과 도토리'
 
  2020년, 코로나의 해가 가고 있다 무서운 바이라스의 해, 쥐의 시궁창 같이 아니꼽고 치사한 일들이 저물어 가고 있다. 2021년 신축년 새해가, 뚜벅 뚜벅 당당한 소의 걸음으로 새해가 오고 있다. 새해 푸른 들판을 다시 잘 가꿔 보자고 묵묵한 걸음으로 저만큼 오는 소가 보인다.
 
  '개밥과 도토리'시. 재밌다. 개밥과 도토리, 유행가 가사 같은 우리 인생, 뭐 별난 게 없이 '그게 그거 아닌가' 하는 자조 섞인 메시지 시다.
 
  마지막 연의 "개밥들아 잘 놀아라 도토리는 들어간다" 화자의 아내인 듯한 시속의 진술이 이 시의 압권이다.
 
  여인들의 동창회 모습과 여인들의 질투 심리가 절묘하게 묘사되어 독자들의 잔잔한 웃음을 자아낸다.시가 먼 곳에 있지 않다.
 
  바로 가까운 우리의 일상 속에 시가 있다. 우리의 삶 자체가 시다. 알면서도 놓친, 미쳐 발견하지 못한 사소한 이야기, 관념적인 이야기가 아닌,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시, 감동을 주는 시가 좋은 시다.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우선 잘 살아야 한다. 홍사성 시인은 삶을 통찰하는 직관의 시인 같다
 
  며칠 전 우연히 본 다큐 영화, 세상 끝의 집, '봉쇄 수도원' 한 수도사의 말이 생각난다. 그 수도사는 매일 '죽는 연습'을 한다고 했다. 자신이 "3초 뒤에 죽을지 모른 다"고. 그래서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그래서 '누구를 미워 할 시간도 없다'고 했다.
 
  3초 뒤면 죽을 사람이 누굴 미워하고, 무슨 욕심을 갖겠느냐고! 항상 가슴을 열어 놓고 깨어 있는 머리로, 마음을 비우고 산다고, 했다.
 
  수도사의 말씀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기껏 살아도 백년을 못 사는 우리 삶, 짧은 여행 같은 인생, 기적의 선물 같은 하루, 그 하루하루를 감사하면서, 건강한 2021년 신축년을 맞고 싶다.
시인·前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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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