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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생활칼럼] 여자가 정말 하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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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김혜식 작성일21-01-0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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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가 김혜식어린 날 매우 소심한 성격이었다. 특히 남 앞에서 의견을 말할 때 얼굴을 붉히며 머뭇거리곤 했다. 이를 보다 못한 어머닌 내게, " 남 앞에서 네 의견을 스스럼없이 표현해라" 라고 타이르곤 하였다. 어머니의 교육은 훗날 타인 앞에서 의사 표현을 자신 있게 하도록 이끌었다.
 
  여자로서 이런 언행이 아직도 우린 탐탁하지 않은가보다. 주위로부터, "여자지만 당당하고 강인하다" 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하지만 이 말에 왠지 어폐가 있다는 생각이다. 왜? 여자는 강하면 안 되는 것일까? 꼭 남자만 강하라는 법은 없잖은가. 하지만 '남자는 무조건 강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희석 시킨 책이 있다.
 
  테리 리얼이 지은 '남자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의 면면을 살펴보면 남성다움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으려는 내용이 오롯이 표현돼 있다. 즉 '남성다움'에 갇혀 고통을 느끼는 남성들을 해방시키려는 치유 목적의 책이어서 감흥 깊게 읽은 기억이 있다.
 
  무엇보다 이 책 내용의 키워드는 사회가 남성들에게 강요하는 남성다움의 해체다. 이게 아니어도 남자는 약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뿐만 아니라 어떤 고통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꿋꿋이 견뎌야 한다고 어려서부터 배워 왔다. 이런 고정관념은 동서고금이 다를 바 없기에 이 책의 핵심어가 된듯하다.
 
  이로보아 어려서부터 남자는 세상사에 쉽사리 동요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외국이나 우리나 다름없는 사회적 정서인가보다. '남성의 눈물'만 해도 그렇다. 남성은 슬플 때 눈물을 흘리면 남성다움을 잃는다는 그릇된 인식의 팽배가 그것이다. 이 배면背面엔 눈물은 연약한 여성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지배적 이어서일 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강자로 부각되는 남성도 감춰진 슬픔에서 파생된 우울증 때문에 가정 폭력을 휘두르고, 도박과 마약 및 일중독에 빠지나보다. 또한 걸핏하면 남자답기 위해 허세를 부리고 술에 의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는 성장기부터 남자는 어디서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일에 주저치 말 것과,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억제해야 한다는 교육에 의해서다. 반면 여자 아이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일은 허용 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큰 목소리로 내고 이를 계발 및 향상하는 일은 자제 시켰다. 어려서부터 여자아이는 조신해야 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어머닌 달랐다. 딸들에게 심부름을 시키며 온전치 못한 물건을 사왔을 경우 그것을 반품해 오라고 할 때 일이다. 물건의 불량 요소에 관하여 조목조목 상인에게 설명하라고 일러줬다. 이는 어른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표현하고 전달하는 교육을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이러한 어머니의 가정교육 덕분에 어려서부터 불합리하거나 옳지 않은 일에 논리정연 한 의견으로 반박하고 또한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을 배양 하게 됐다.
 
  초등학교 5학년, 친구네 집을 찾았을 때 일이다. 집안에 들어서니 마루에 네 명의 친구들이 무릎을 꿇고 손을 든 채 벌 서는 모습이 보였다. 다름 아닌 친구 어머니의 손목시계가 며칠 전 분실 되었다고 한다. 이 일로 평소 그 집을 자주 드나들던 친구들이 의심을 받고 있었다. 그런 친구들이 왠지 안쓰러웠다. 보다 못한 나는," 아주머니, 죄 없는 친구들을 의심하는 일은 어른으로서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항변을 하였다.
 
  그 말에  친구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후일, 그 손목시계를 훔쳐간 장본인은 다름 아닌 친구 언니였다. 요즘도 옳지 않은 일엔 오지랖 넓게 암탉을 자처한다. 이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속담을 '암탉이 울면 집안이 흥 한다'로 조속히 수정 하고 싶어서다. 냉철한 지성, 지혜로운 여성의 당당함은 정의롭고 따뜻한 세상을 구현하는 주축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수필가 김혜식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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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