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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훈 특별기고] 택배기사 과로사와 플랫폼 노동자 문제에 대한 공정무역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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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경영학… 작성일21-01-0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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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주재훈지난 해 16명의 택배기사가 목숨을 잃었다. 고강도 작업과 장시간의 노동 때문이었다. 코로나19는 수용하기 힘든 정도의 급속한 택배 물량의 증가를 초래했다. 택배기사의 어려운 노동 환경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해결책은 택배 물량의 증가에 비례하여 택배기사를 늘리고, 어려운 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은 문제가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가? 비즈니스 생태계 관점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택배 물량과 더불어 분류 작업도 증가되어 택배기사는 분류 작업까지 감당해야 했다. 물량이 적었던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물량 증가로 택배기사는 분류 작업까지 이중고를 겪었다. 먼저 택배 비즈니스 생태계의 참가자를 보자. 택배사, 대리점, 택배기사, 소비자, 규제기관 등이 그 생태계의 주요 참가자이다.
 
  소수의 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택배기사는 택배사의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이다. 특고는 근로기준법의 노동자가 아니다. 따라서 주 최대 52시간 노동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또한 택배기사는 택배사로부터 급여를 받는 것이 아니라 배송 건수당 수수료를 받는다. 따라서 택배가격을 올려 노동 강도를 줄이는 것이 최선책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왜 이러한 고용 형태와 가격 체계가 정착되었는가? 소위 아웃소싱이라는 외주화는 기업 경영 전략의 거대한 흐름이었다. 1997년 IMF 이후 고용 유연성과 함께 노동 외주화가 자리 잡았다.
 
  또한 택배사의 과잉경쟁은 서비스 차별화가 아닌 가격경쟁을 유발했다. 이로 인해 택배가격이 하락하였고, 택배사의 수익구조가 악화되었다. 실제로 택배가격은 미국, 유럽, 일본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택배기사의 과로사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증가하면서 일부 택배사는 분류작업에 추가 노동력을 투입한 바 있다.
 
  물류 비즈니스 생태계의 참가자들이 제 역할을 해야 그 생태계가 건강하여 지속가능하다. 택배사는 택배기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할까? 택배기사는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원할까? 이윤이라는 이기심 DNA가 작동하는 기업이 앞장서서 정규직 전환 카드를 꺼내기는 쉽지 않다.
 
  정규직 전환의 경우에 택배사는 노동수요의 변화에 따른 고용 유연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인건비와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문제는 항상 연결되어 있다. 다른 육체노동자들과는 달리 택배기사는 차량이라는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다. 이것은 노동조건과 소득수준이 보장되는 경우에 도리어 자율성이 강한 개인사업자를 선호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규제기관을 비롯한 정부는 현재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배기사 근로환경 개선을 담은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을 마련하고 있다.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개선하는 데는 물류 비즈니스 생태계의 참가자들이 세력을 형성하여 영향력을 발휘한다. 경쟁사들도 연합하여 한국통합물류협회를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고, 택배기사들은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나 단체를 구성하여 영향력을 발휘한다. 언론도 생태계의 일원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택배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빠르고 값싼 배송을 원한다. 이러한 욕구는 퀵배송과 로켓배송을 탄생시켰다. 물론 이들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는 물류기술 혁신을 이끄는 기술개발업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앱을 이용하여 일감을 받아 일을 하는 플랫폼 노동자는 더 열악한 환경에 직면해 있다. 생태계 참가자들 간의 역학적 관계를 파악하여 균형과 조화를 일구어가는 경영자는 위대하다.
 
  비즈니스 생태계 참가자들 간의 긴장관계를 풀어야 한다. 오늘날의 사회경제 환경에서는 어느 한 참가자의 혜택 중심으로 문제를 풀 수도 없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공정무역 생태계에서 배울 점이 있다. 공정무역은 가난한 소농에서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그 적정 비용을 지원하는데서 출발하였다. 전 세계 120여 나라에서 펼쳐지는 공정무역 운동은 공정무역인증마크가 있는 상품에 대해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도 구매하는 상당한 소비자 시장을 탄생시키고 있다.
 
  공정무역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NGO의 역할이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작동되는 예이다. 택배사가 가격경쟁에서 벗어나고, 소비자들이 기꺼이 적정 가격을 지불하는 시장이 형성되도록 하는 데는 또 하나의 비즈니스 생태계 참가자의 역할이 필요한 때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참가자들의 역할과 영향력에서의 균형이 깨어지면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균형을 잡는 데는 공정무역 생태계에서 NGO가 하고 있는 그런 역할이 요구되는 때이다.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경영학…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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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