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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특별기고] 부부의 아름다운 언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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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풍회장·교육학박사 김영호 작성일21-05-0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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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풍회장·교육학박사 김영호봄철은 예로부터 혼례를 많이 치루는 계절이다. 지구상에 수많은 종 가운데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그 숱한 사람가운데 부부로 만난다는 것은 수학적으로 볼 때 더욱 어려운 확률적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부부를 천정배필 혹은 천생연분이라고 칭해왔다. 서로가 탐색이나 우연에 의해 만났다할지라도 그것은 자의나 인의가 아니라 천정, 천의라 하면서 절대시 하였던 것이다.
   만난 대상이 출생배경, 재산, 학력, 취미, 이상 등이 월등하게 차이가 날지라도 그것을 수용하고 함께 뜻과 힘을 맞추어서 생활한다면 이혼으로 중도 폐지하는 것 보다 훨씬 나을 수 있다는 것을 다음과 같은 이야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참판 고유(高庾)에 관한 고사(古事)이다. 그는 유아기 때 고애자가 되어 고령의 시골에서 머슴살이를 하였다. 부지런하고 믿음직스러워서 마을 사람들이 '고도령'이라 불렀다.
   어느 날 고도령이 이웃의 박좌수와 장기를 두면서 자기를 사위로 삼아 주기를 청했다. 박좌수의 딸이 곁에서 듣고, 그의  아버지에게 "고도령은 지금은 비록 머슴살이를 하고 있지만 본래 양반집 후손이고 근면 성실할 뿐만 아니라 인품이 좋아서 마을 사람 모두가 칭찬을 하고 있으니, 그 사람을 사위로 맞아들인다면 우리 집에는 큰 행운입니다" 하고 간청하였으나, 박좌수는 거절하였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의 적극적인 권유로 혼사는 이루어지게 되었다.
   혼례 첫날밤에 신부는 남편 고도령에게, "제가 당신의 모습을 보니 천박한 일이나 하며 일생을 허송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말씀은 잘 하지만 지식이 없으니 글공부를 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 같습니다. 청하옵건대 저는 열심히 배를 짜서 재산을 모으고, 당신은 힘써 공부하여 과거에 급제하옵소서. 오늘밤 서로 맹세하고 10년이 되기 전에서는 만나지 않은 것이 어떨지요?" 하고 뜻밖에 놀라운 제안을 하였다.
   그러나 고유는 아내의 아름다운 제안과 "뜻이 있는 사람이 하는 일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말에 감복하여 아내가 준 노자 돈을 가지고 이튼 날 천명(天明)에 눈물을 감추고 사립문을 몰래 나갔다.
   먼 길을 가다가 한 시골집에서 4,5명을 가르치는 훈장을 만나, "소생은 일찍 부모를 여이고 자라서 글을 배우지 못하였습니다. 문하에서 가르침을 받고자 합니다. 허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하니, 훈장은 고유의 배음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기에 허락하였다.
   이로부터 고유는 천자문에서부터 시작하여 각종경서를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다. 6년이 지나니 과거에 필요한 글을 모두 익힐 수 있었다. 스승은 "네 학문과 예능이 과거에 응시할 만하니 나가서 응시하도록 하라" 면서 내 보냈다. 그래서 고유는 하직 인사를 마치고 해인사에 들어가서 더 공부를 하게 되었다. 머리채를 천정에 매달고 송곳으로 허벅지를 찔러 잠을 깨우며 열심히 공부하였다.
   아내와 한 10년 약속을 채우고, 숙종 때 한성에 가서 진사시에 장원으로 입격하고 또 동당시에 나가서 문과에 장원하였으며 전시 을과에 뽑혀 고령현감을 제수 받아 금의환향하게 되었다.
   고령에 도착하여 헌 도포와 갓으로 변장하여 박좌수의 집을 찾아가니, 박좌수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그의 딸은 신랑이 집을 나가 10년간 행방불망이 되었으나 큰 부자가 되어 잘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부부는 각각 지난날 결혼 초야에 약속한 언약을 지키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각자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 10년 후에 다시 감격스러운 만남이 되었던 것이다.
   다음날 잔치를 열어 부인의 뜻에 따라 쌓아 둔 곡식을 궁핍한 사람들에게 두루 나누어 주니 남녀 모두가 기뻐 춤을 추며  박씨의 은덕이라 칭송을 하였다.  이후 고유는 영남관찰사로 승진되고 또 참판으로 승차하였다고 한다.
   비록 지난날의 예화지만, 인간이 지닌 생득적인 잠재능력을 어떻게 계발하는 가에 따라 귀천이 구분될 수 있고, 그것은 학문을 통해 성취될 수 있다는 것과 내조는 팔자를 바꾸는 위대한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아 볼 수 있다. 부부로 만난 것은 귀한 인연이므로 때로 부부 싸움을 할지라도 인격의 손상과 이혼의 아픔은 피해야 하고, 서로가 한 언약은 지키면서 상대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이름다운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이 고사는 말해 주는 듯하다.
정풍회장·교육학박사 김영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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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