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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식 인문학칼럼] 롤리타보다 아름다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문장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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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전인식 작성일21-05-0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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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전인식'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혀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리.타.'
     소설 롤리타는 이렇게 시작한다. 내가 읽은 소설 중 가장 멋진 첫 문장이었다. 물론,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리나'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까뮈의 '이방인'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등 뛰어난 첫 문장들이 있지만 나는 롤리타의 첫 문장을 맨 앞에 두고 싶다.
   1955년 첫 출간된 후 5천만 권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대상의 부적절함과 선정적 내용으로 포르노 그라피로 유명해졌지만, 이후 작가가 몇 겹으로 숨겨놓은 많은 은유와 상징들이 새로이 해석되고 다양한 의미들로 밝혀지면서 롤리타는 문학적으로 재평가를 받았고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소설 롤리타는 유럽에서 건너온 이민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에게 일확천금을 안겨주었다. 그리하여 그는 좋아하는 나비채집이나 하며, 고향과 닮은 스위스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었다.
   나보코프는 1899년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1919년부터 1940년까지 런던, 베를린, 파리등 유럽을 각지를 떠돌았다. 1940년에서 1960년까지 미국인이 되었다가 1960년부터 1977년 죽을 때까지 스위스에서 생을 마무리한 것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주변인이자 경계인의 삶을 살았다.
   험버트 교수가 롤리타를 좋아하게 된 배경에는 12살 동갑내기 첫사랑 애너밸리가 존재한다.
   롤리타를 처음 보는 순간 죽은 첫사랑의 소녀와 동일시했던 것은 아닐까. 소설 양철북에서 성장이 멈춰버린 소년처럼 그에게 열두 살 이후엔 사랑은 멈추어 버렸을까. 소아성애자가 머물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소설을 통해 '님펫' 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님펫이란 성적 매력이 넘치는 사춘기 소녀를 뜻한다. 대개 9세에서 14세 사이의 소녀를 말하며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요정 님프에 접미사 et를 붙여 만든 조어이다. 의붓딸에 대한 집착은 그녀가 살림 차린 집까지 찾아가서 말한다. '인생은 아주 짧아. 여기서부터 너도 잘 아는 그 고물차까지 스무 걸음. 많아봤자 스물다섯 걸음이면 충분해. 아주 짧은 거리야. 그 스물다섯 걸음을 걷자. 지금. 지금 당장. 지금 그대로 떠나면 돼. 그때부터 우리는 영원히 행복하게 사는 거야. 카르멘, 나와 함께 가지 않겠니?' 마지막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남자의 말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들소와 천사를,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물감의 비밀을, 예언적인 소네트를, 그리고 예술이라는 피난처를 떠올린다. 너와 내가 함께 불멸을 누리는 길은 이것뿐이구나, 나의 롤리타' 소설의 마지막 구절이다. 알타미라 동굴 속 벽화를 연상시키면서 소설은 롤리타로 시작해서 롤리타로 끝을 맺는다. 이외에도 뛰어난 문장들이 많으나 다 열거할 수는 없음이 안타깝다.
   우리는 논란에 휩싸인 많은 책들을 보아왔다. 보봐르 부인. 차타리 부인의 사랑, 북회귀선 등 세월이 좀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교훈적인 소설은 읽지도 않고 쓰지도 않는다. 롤리타 속에는 어떠한 도덕적 교훈도 없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작가 본인의 말이다. 맞다 우리는 소설은 그냥 소설로 읽으면 된다.
   그리고 밀란 쿤데라는 말했다 '소설은 도덕적 판단이 중지된 땅' 그것이 아니라면 책을 덮어라 했다. 전 세계의 속독가들이여, 유념하라 롤리타는 여러분을 위한 책이 아니다' 롤리타의 주석과 해설을 한 나보코프 전문가인 앨프레드 아펠은 이렇게 외쳤다. 소설을 번역한 번역자 또한 최소한 두 번은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말했다. 한 번만 읽고 이 글을 쓰는 것 또한 무효이거나 반칙일 수도 있다.
시인 전인식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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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