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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주에 이건희 미술관 건립해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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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21-05-1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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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 이건희 미술관이 들어서야 할 이유가 더 있다. 경주는 그동안 도시의 정체성을 문화관광도시로 표방하면서 이렇다 할 만한 문화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 물론 경주 예술의전당이 있기는 하나 그것만으로 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갖추는 데는 부족했다. 시립도서관도 건립된 지 오래돼 규모나 콘텐츠에서 경주의 문화를 이끌어갈 만하지 못했다. 경주가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전문 공연장이나 미술관 정도는 갖췄어야 했다.
   현대의 공연장이나 미술관은 단순하게 음악과 미술 장르만 소화하는 공간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그 기능이 넓어졌다. 공연장에서 전시회도 열고 콘퍼런스도 할 수 있는 시대다. 심지어 웨딩이나 전문 기념품숍이 들어서고 고급 레스토랑도 입점한다. 미술관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소장품이나 기획프로그램 전시 기능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문화교육의 장이 되기도 하고 소규모 콘서트가 열리기도 한다.
   예술의전당이 이 같은 복합문화공간의 기능을 감당하고 있었지만 좀 더 국제도시로 성장하려는 경주의 위상에 걸맞은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그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이 시립미술관 건립이었다. 시립미술관이 존재하기에 시세가 부족하다는 판단이 있다면 그것은 외형적 도시 규모에 매달린 선입견이었다. 인구 25만의 도시에 시립미술관을 건립한다는 것은 격에 맞지 않다는 판단은 그릇된 것이었다. 경주는 대한민국 어느 도시에 견주어도 문화적인 바탕이 풍부하고 당연히 제대로 된 미술관을 가져야 할 자격이 있다.
   그러나 미술관을 갖는다 하더라도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이 수장고에 얼마나 많은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지방의 미술관에 세계적인 수준의 작품을 비싼 예산을 들여 당장 구입하기에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도시의 선발 미술관과 차별화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만약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게 된다면 이 문제는 일거에 해결된다. 이번에 기증된 이건희 소장품은 모두 2만3000여점에 이르며 그 가운데에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걸작과 우리의 문화재급 작품들이 수두룩하니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경주시가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목을 매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이건희 미술관 유치가 성사된다면 경주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문화관광도시가 된다.
   문제는 정부가 이미 수도권에 미술관을 건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훌륭한 문화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된 현상을 극복하고 문화 쏠림현상을 벗겨내기 위해서라도 명분 있는 지방 도시에 미술관을 건립하는 것이 옳다는 논리로 설득할 수밖에 없지만 얼마나 설득이 될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길밖에 없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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