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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호 수요칼럼] 산은 자연의 섭리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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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고문·교육행정학박사 손경… 작성일19-11-0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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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고문·교육행정학박사 손경호어느 작가의 산문집에, 깊은 슬픔이 있을 때 언덕길을 산책하면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다. 심산계곡을 소요하면 한결 마음이 가라앉을 수 있다. 자연은 어머니의 품속같이 우리 인생의 고민을 어루만져 준다.

  높은 산을 보라 그것은 이미 하늘과 땅 사이에 있으면서 두 세계를 반씩 영위하고 있다. 그 위대한 모습은 사소한 인간의 번민 따위는 한 입김으로 불어 내던지는 느낌이 있다. 깊은 산골에는 숭고한 정적이 있다. 갖가지의 소리를 감춘 침묵 속에는 무한한 사념이 물결치고 있다. 거기에 자연은 순화되어 어떤 초자연적인 엄숙한 모습에 이르고 있다.

  팔만대장경에, 산은 마음의 고요와 고상함이요, 큰 산은 높은 덕이 솟은 것 같다고 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산림이란 것은 나라의 부공(특산물)이 나오는 곳이다. 산림의 행정을 옛날 착한 임금들도 소중하게 여겨왔다. '논어'에 지자(지식인)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마음이 너그러운 사람)는 산을 좋아한다. 지자는 움직이고 인자는 조용하다. 지자는 즐겁게 살고, 인자는 장수한다.

  이처럼 산은 모든 자연 풍경의 시초요, 종말인 것이다. 산과 강은 좋은 이웃으로 보다 긴 그림자는 보다 높은 산에서부터 지워진다. 인간이 사는 도시 소음은 고통스럽지만 높은 산맥은 정서다. 산은 여인의 몸매나 얼굴과도 같아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각도와 거리와 고도가 있다. 그러므로 산은 자유요 바람이요, 고요하며 높아서 좋고 깊어서 더욱 좋다고 한다. 산에는 야생화가 있고, 산유화가 있다. 산을 오르는 것을 등산이라 하다. 등산의 기쁨은 상봉을 정복했을 때 가장 크다. 그러나 최상의 기쁨은 험악한 산을 기어 올라가는 수간에 있다. 길이 험하면 험할수록 가슴이 뛴다. 인생에 있어 모든 고난이 자취를 감추었을 때를 생각해보니 그보다 더 삭막한 것은 없어 보인다.

  등산가는 맹목적인 장해(결함)에 항의하는 인간의지의 상징인 것이다. 우리나라 전역의 대표적 나무가 소나무 이다. 어릴 적 감나무에는 감이 열리고, 배나무에는 배가 열리는데 어째서 소나무엔 소(가축)가 없는지 궁금하게 여겼다. 소나무는 변하지 않는 마음이요/나는 긴 노패를 부르며/푸른 물가에 앉았나니/푸른 물은 맑고/내 마음은 비어 있어 좋았다는 노랫말이 있다.

  소나무는 수명이 길고 비료를 요구하지 않고 사시장천 푸르고, 해변, 고개위에, 평야, 산중, 그 곳에 따라 형태가 멋지게 적응하는 운치가 있는 나무다. 생활력이 강해서 바위틈에서도 기괴한 형태를 자랑한다. 바람소리가 청아하고 솔향냄새가 신선한 향기를 펼친다. 공기를 맑게하고 가슴을 깨끗하게 해주는 점은 다른 나무로는 당할 수가 없다. 송이버섯, 송낙(여승이 쓰는 모자), 복령(소나무 뿌리에서 자라는 버섯)이 모두가 소나무에서 나는 소산이다. 찬바람이 불고 흰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철에 이르러 비로소 소나무의 절개가 나타난다. 가지가 축 늘어지고 키가 큰 소나무를 낙락장송이라하여 운치가 있다.

  이처럼 자연은 신의 예술이며, 신의 영원한 장식이다. 그래서 산을 좋아한다. 나무없는 산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인간은 나무와도 같은 것이다. 하늘 높이 밝은 곳으로 올라가고, 뿌리는 굳게 땅속 밑바닥 깊숙이 어두운 곳으로 향해 간다. 음양은 좋고, 나쁜 것 다 가지고 있다.

  산의 생명은 물과 나무다. 그래서 나무를 심는 자는 희망을 심는 자요,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하여 나무를 심자는 것이다. 치산치수가 바로 자연의 정신이다.
논설고문·교육행정학박사 손경…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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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