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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혜 화가, 켜켜이 짙은 농도로 온기 쌓는 치유의 세계를 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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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교 작성일19-11-06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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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성혜 작품, 천의 인연   
[경북신문=서인교기자] 경북신문이  영남의 예술가 회원 작가들의 근황과 작품 세계를 들여다 본다. 아홉 번째는 백성혜 화가이면서 판화가이기도 한 여류작가. 백 화가는 '그림' 그 자체가 인생 좌우명인 듯 모든 삶의 일정은 '무시무종(無始無終)'이다. 그것이 그의 삶이다. 그러나 화가이면서 아내이고 엄마 등 다양한 역할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 가고 있다. 따뜻한 가슴, 냉철한 판단으로 그림, 그림과 사귀고 있다.

  백 여류화가는 누구이며, 그의 작품세계는 어떠한지 살펴본다.
 
  ◆ 백성혜 화가의 작업실은?

  '무시무종(無始無終)', 인연이라면 피할 수 없다. 이것이 그의 좌우명이 듯 작업실에서 묻어 나고 있다.

  화가의 작업실에는 사람의 키를 훨씬 웃도는 커다란 캔버스들이 가득했다. 세련되고 여린 감수성의 여류화가가 거칠고 투박한 이 캔버스들을 이고, 지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들어오며 슬쩍 곁눈질한 작품과 가까이 다가가 한참을 응시했을 때의 작품의 느낌 또한 사뭇 남달랐다.
 
◆ 그림, 너는 내 운명

  여류화가 백성혜, 그는 화가이면서 동시에 판화가다. 우리나라에서 미술로 최고로 꼽히는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이어 미국으로 건너가 10년 넘게 판화를 공부했다. 그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판화가로 대학에 출강하고 몇 차례의 개인전까지, 숨가쁜 삶이었다.

  그리고 현재, 그녀의 이름 석 자 앞에는 이제 '서양화가'라는 타이틀이 놓여 있다. 꾸준하게 캔버스에 아크릴로 작업해 온 그림들이 그녀의 대표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양화로 시작해 판화에 서양화까지 섭렵이라. 그간의 노고와 노력을 짐작하고도 남음직하다. 그러나 그녀는 과거의 시간들을 다 따로 떼어놓으면 미미한 과정들에 불과할 뿐, 동양화가 백성혜, 판화가 백성혜, 그리고 서양화가 백성혜의 작품과 세계들이 견고하게 이어져 지금의 백성혜가 된 것이라 말했다. 모든 것이 다 인연이고, 그 인연이 하나의 선(線)으로 이어져 현재에 이르렀다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엄마에게 아이가 미술에 소질을 보인다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 길로 엄마 손에 이끌려 미술학원을 등록했죠."

  아이들 그림 실력이라 해봤자 다들 고만고만한 시절이니, 조금만 열심히 해도 눈에 드는 건 당연지사. 그녀는 곧 각종 미술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주위에서 잘한다 칭찬해주니 막 신이 났어요. 아! 내 운명이구나 싶었죠" 그림과 화가 백성혜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 천의 인연1   

◆ 우연히 우연성의 매력에 빠지다

  학창시절 내내 그림은 일상을 넘어 그의 삶 자체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돌연 미국행을 결심한다. '판화' 장르의 매력에 푹 빠져 정식으로 판화공부를 하겠다 마음먹은 것이다. 평소 판화에 대해 딱히 새롭다거나 흥미롭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었지만, 우연히 미국에서 감상한 판화 작품들이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다양한 기법의 판화 작품들을 감상하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 재미있어 보였어요. 운명처럼 인연과 맞닥뜨린 느낌이랄까."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 혈기왕성한 나이였으니 새로운 도전 또한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그. 낯선 곳에서 다시 학생이 된 그녀는 배움의 기쁨에 들떠 시쳇말로 캠퍼스를 날아서 다녔다. 더욱이 가슴이 원하는 일이었기에 육체적 버거움 따윈 문제되지 않았다. 붓으로 그리는 회화와 달리 도구를 이용해 그리고 파고, 찍고, 긁고, 두드리는 판화의 독특한 미감은 청춘의 여류화가에게 끝없는 영감을 주었다.

  목판에서의 '칼 맛'과 동판에서의 '엠보싱 효과' 등 알면 알수록 판화의 매력은 무궁무진했다. 그가 손꼽는 판화작업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우연성' 프레스기로 찍고 종이를 처음 들어 올릴 때의 긴장감과 손끝에 느껴지는 짜릿함, 그리고 드디어 완성된 작품을 확인할 때의 희열은 거의 중독에 가깝다고 고백한다.
 
◆ 무시무종의 세계로의 초대

  백 작가는 작품에 대한 평가가 단호했다.

  "작품에 대한 노력을 말로 하는 사람은 아마추어"이며 "진정한 프로는 작품으로 모든 것을 다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판화는 작업조건이 대단히 까다롭다. 프레스기기를 놓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 확보와 냄새와 보관을 위한 통풍이 잘 되는 작업실은 필수다. 동판의 경우 그 무게도 엄청나 육체적 노동의 강도가 뒤따른다. 결코 녹록지 않았던 판화가의 길, 그 인고의 시간들을 켜켜히 쌓아온 그는 또 다시 새로운 인연 앞에 섰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불꽃같은 청춘시절 저와 판화의 인연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요."

  '인연(因緣)'이야말로 화가 백성혜의 인생에서, 그리고 그의 작품 속에서의 최대 화두다. 열려 있는 우주의 끝없는 공간. 그리고 그 안의 수많은 별과 인연. 그 축적된 시간이 만들어낸 조형의 세계를 화가 백성혜는 무한한 천상의 색채들로 표현해내고 있다.

  은은한 파스텔 톤이 일궈내는 생기와 조화로움, 우아하고 차분하게 굽어지는 선(線), 가벼운 선율처럼 혹은 도란거리는 미풍처럼 정갈한 그녀의 작품들이 바로 그가 그리는 시공을 초월한 치유가 있는'무시무종의 세계'인 것이다.

  특히, 지난해 6월 수성아트피아에서 30여점의 작품으로 6년만에 가진 개인전이라 감회가 남달랐다. 전시할 작품을 선정하는 것만 해도 꽤나 큰 일이었다. 그 당시 화가의 작업실에는 커다란 캔버스들이 구석구석 꽉 차 있었다. 차근차근 둘러보고 있자니 작품으로 모든 것을 말하겠다는 그녀의 신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오랜 세월 오직 작품에만 몰두해 온 그 시간은 훨씬 농도 짙고 진중한 것이었다.

  이제는 "적당히 은둔하고 적당히 소통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는 화가이기도 하지만, 아내고 엄마이기도 하니까요. 물론 작업실에 파묻혀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세상은 관계의 연속이고 그 인연들이 모인 것이 인생이라지만 예술가의 이름으로 속세를 등진 채 자신만의 세계에 파묻히고 싶을 때가 어찌 없겠는가.

  화가의 작업실을 나설 때쯤에는 따뜻함이 가득했다. 각박한 세상에 온기를 보태는 작가의 마음, 그림을 통한 치유가 어떤 것인지 제법 알 것도 같은 '느낌'. 그것이 백성혜 화가였다.
                     ↑↑ 천의 인연2   

◆ 백성혜 작가는?

  백성혜 작가는 대구출신으로 홍익대(BFA), 영남대 대학원(MFA), 미국의 The University of Oklahoma 대학원(MFA)을 졸업했다.

  백 작가는 2018년 조선일보미술관 전시회를 비롯해 서울, 대구, 부산, 미국, 프랑스, 일본에서 24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또 올해 우양미술관기획전 및 대구현대미술조망전, 한국국제아트페어, 부산국제아트페어, 화랑미술제. 포스코기획초대전, Strasbourg현대미술화랑제, Nime현대미술화랑제 등 다수의 국내, 외 단체전에 참가했다.

  대구시미술장식 심의위원으로 활동했고 대한민국미술대전, 신조형미술대전, 뉴프론티어공모전, 대구미술대전 등의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을 역임했다.
서인교   sing43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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