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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의 詩의 발견] 토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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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前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 작성일19-11-1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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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前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교수 김성춘정오 무렵 결혼식에 갔다
축의금을 내고
예식장보다 더 큰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소주 두어 잔을 마셨다
저녁에는 장례식장을 갔다
부의금을 내고
빈소보다 더 넓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소주 두어 잔을 마셨다

오늘은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을 건너다니다
귀가한
참으로 길고 긴 하루였다
 -구석본, '토요 일기'

사람들은 저마다 참 바쁘게 산다. 악다구니 같은 현실을 참 악다구니 같이 산다.

  육십 대는 시속 육십으로, 칠십대는 시속 칠십으로 살고 팔십대는 시속 팔십으로 산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왜들 그렇게 정신없이 바쁘게 살까? 인간관계 때문 일 것이다.

  삶에서 인간관계가 중요하긴 하지만 또한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느림의 미학이라는 말도 이 시를 읽으며 생각해 본다. 구석본 시인의 이 시는 인간관계의 삶을 성찰한 시다.

  시는 일상의 거짓 없는 진술과 자기 감정의 진솔한 고백이다. 즉, 진정성이 있어야 울림을 준다. 이 시는 빛나는 시적 표현이나 깊은 사유가 담긴 시는 아니지만, 일상에서 우리가 겪는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솔직하게 나타나있다.

  '정오 무렵에는 결혼식에 가서 축의금을 내고, 술을 한 잔 하고, 저녁에는 장례식장에 가서, 부의금을 내고, 또 술을 한잔하고…' 시인은 바쁜 하루를 보낸다. '오늘은 삶과 죽음/이승과 저승을 건너다니다/귀가한/참으로 길고 긴! 하루였다'고 시인은 탄식한다.

  그렇다. 결혼식과 장례식, 삶과 죽음이야기다, 이승과 저승, 극과 극의 긴 인생 이야기다.

  물리적인 시간은 짧지만 ,심리적인 시간은 이승과 저승의 길고 긴 대하소설 같은 이야기다.

  일상의 자잘한 사건들 속에서 시적 순간을 포착하는 시인의 예리한 눈을 생각한다

  시가 아닌 것들을 모아서 시로 형상화 내는 시인의 재능이 놀랍다.

  어제는 틈을 내어 황성공원에 갔다. 떡갈나무 숲에 누렇게 단풍이 들고 있었다. 이상하게 올해 경주의 단풍은 그렇게 눈부시지 않다. 왜 그럴까? 아마도 잦았던 태풍 때문일까?

  나는 이쁘진 않지만 그래도 단풍이 좋아서 몇 카트의 황성공원의 가을을 훔쳤다.
시인·前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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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