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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진 문화칼럼] 영혼을 잃은 얼굴(1)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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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서유진 작성일20-03-1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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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서유진독서교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미모의 소유자인 영이 씨가 말했다. 선생님,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데 예쁘고 그다음에 내면을 만족시키면 더 좋잖아요. 영이 씨는 성경 사무엘서를 예로 드는 그의 말에 은근히 반항심이 생긴 거였다.
   하나님이 사무엘에게 이르시되 그의 용모와 키를 보지 말라 내가 보는 것은 사람과 같지 아니하니 사람은 외모로 보거니와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리라, 라는 구절이었다.      그녀는 쌍꺼풀 수술을 했고, 미국 여배우 알리슨 브리의 긴 속눈썹을 흉내 내어 스모키 메이크업을 하고 다니다, 결국 언더라인 문신을 했다. 시커먼 눈이 섹시하기보다 여자 뱀파이어 같았다. 성형한 콧대는 납작한 얼굴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 어딘가 어색해 보였지만, 한껏 꾸민 탓에 눈길을 끄는 것은 분명했다. 이번 봄에는 턱뼈를 깎고, 겨울에는 가슴 성형을 할 예정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런 것까지 알 리 없지만 잠시 침묵이 흘렀는데, 그는 독서교실 여성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생각하고 있었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떠올랐다. 영이 씨에게 대충 얼버무리고 그 책을 토론하기로 했다. 코로나 19 여파로 모이지 못하고 한 달 후 채팅 방에서 만나기로 했다. 외모지상주의자인 우리의 영이 씨가 그 소설을 읽는다면 어떤 독서 후기를 발표할까. 그녀는 누구보다 독서력이 왕성했다. 그런 점 역시 외모로 규정할 수 없는 간단한 증거라며 그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2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영이 씨에게 전화가 왔다. 소설을 읽었는데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감동을 늘어놓았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 이후 최고의 극작가가 쓴 단 한 편의 장편소설이라 극찬하는데 영국 빅토리아 여왕 재임의 마지막 연대인 1890년에 발표되었다. 오스카 와일드는 굽실거리는 긴 머리에 프릴이 잡힌 블라우스를 입고, 모자에 깃털을 꽂는 등, 화려한 치장을 하고 다녀 눈길을 끌었는데, 무척이나 미남이었다. 그는 소설에 자신을 투영시키듯 작중 인물인 화가 바질 핼워드를 통해 자신의 분신 같은 미모의 도리언 그레이를 창조했다.
   화가 바질이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를 그려놓고 꿈꾸듯 바라본다. 친구 헨리 경은 지금까지 그린 최고의 수작이라고 화랑에 전시하기를 권한다. 그러나 바질은 그림 속에 자기 자신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전시를 거부한다. 초상화를 없애려다 모델이었던 도리언에게 준다. 거칠고 뻣뻣한 외모의 바질이 동경하고 욕망한 아름다움을 짐작할 수 있다.
   도리언은 자신의 아름다움에 빠진 자기도취자로서 젊음과 미를 숭배하는데, 데카당트인 헨리 경을 만나 함께 육체의 쾌락에 빠진다. 바질이 "그를 망가뜨리지 말게. 자네가 끼치는 영향은 나쁜 것이 될 걸세"라고 경고했지만, 헨리 경은 육체와 관능의 쾌락을 부추기고 도리언에게 사악한 영향을 미친다. 도리언은 타락에 물들었고 자신을 사랑했던 시빌베인을 버리고 그녀를 자살하게 만든다.
   도리언은 문득 걱정이 되었다. 초상화의 자신은 젊음과 아름다움을 영원히 유지하지만, 자신은 점차 늙고 추하게 변하리라는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초상화를 그린 날로부터 18년이 지나도 도리언은 미소년의 용모를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초상화 속 자신의 모습이 추악한 얼굴로 변한 것을 발견한다. 바질이 도리언을 만나지 않고 파리로 떠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는 도리언의 예술적 아름다움을 숭배했고, 예술의 완성을 위해 진정한 노력을 기울이는 범용한 사람이었다. 떠나기 전에 바질은 도리언의 타락과 추문을 믿을 수 없어하며 깨끗한 이름과 선을 위하는 사람이 되라고 충고한다. 도리언이 그를 원망했다. "당신은 내가 내 아름다운 용모에 허영심을 갖도록 가르쳤지요." 바질이 자신의 영혼을 봐야 한다고 말했을 때 도리언은 바질에게 초상화를 보라며 분노한다. 그림의 얼굴은 구토와 혐오가 일어나는, 추악한 사티로스의 얼굴로 변해있었다. (혹자는 도리언의 환각에 의한 변화라고 해설하지만, 바질조차 환각을 본 것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환상소설로서 서사를 그대로 수용하여 읽는 것이 좋다고 그는 속으로 말했다.)
 
흐느끼는 도리언에게 참회의 기도를 하자며 바질이 기도문을 읊었다. 우리를 유혹에 들게 마시고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그러나 이미 늦었다고 했을 때 바질이 '너희 죄가 핏빛으로 붉을지라도 눈처럼 하얗게 씻어 주리라'는 성서 구절로 기도를 유도했지만 도리언이 성서는 소용없다고 한다. 바질은 우리가 타락한 결과인 저 그림을 보라고 다그친다. 다시 추악한 그림을 본 도리언은 극도의 증오심에 휩싸여 바질을 칼로 찌르고 또 찌른다. 그리고 화학자인 앨런 캠벨을 협박하여 질산으로 시체를 없애고… 후에 성실하고 유망한 과학도 캠벨이 자기 실험실에서 권총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도리언에게 버림받고 자살한 시빌베인의 오빠는 그를 죽이려 했지만 18년이 지난 얼굴로서는 도리언이 너무나 동안이라 잘못 봤다고 돌아갔는데, 결국 도리언이 패거리와 함께 나간 사냥에서 총을 맞고 즉사한다.  (계속)
소설가 서유진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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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