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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식 인문학칼럼] 로맹 가리 대 에밀 아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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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전인식 작성일21-06-17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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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전인식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 중 누가 잘 쓸까? 라는 다소 장난기 섞인 질문을 sns상에 올린 적 있다. 다행히 우문에 대한 우답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1980년 로맹 가리는 권총을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기며 66년의 생을 마감하였다. 6개월 후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이라는 소책자의 책이 출판되었는데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로맹 가리에 대한 비판과 에밀 아자르에 대한 찬사를 퍼붓던 평론가들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에밀 아자르가 바로 로랭 가리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 책에서 살아서 못다한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의 삶에 대해 밝혔다. 
   로맹 가리는 1914년 1차 세계 대전이 발생하던 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는 바람에 어머니와 함께 3세 때부터 리투아니아, 폴란드를 거쳐 18세에 프랑스 의 니스에 정착한 유대인이었다. 억척스런 홀어머니의 지대한 관심은 오로지 성공하여 행복한 프랑스인으로 살아가는 것이었다. 바램 대로 법학을 공부했고, 2차 세계 대전에 항공 대위로 참전한 공로로 도뇌르 훈장을 받기도 했다.
   참전 중 쓴 첫 소설 '유럽의 교육'으로 비평가상을 받으며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전역 후 외교관 생활 도중에도 꾸준히 소설을 발표했다. 1956년 볼리비아 대리대사 시절 쓴 소설'하늘의 뿌리'로 마침내 프랑스 최고 권위의 공쿠르상을 받았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호평과 혹평이 양립했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등 성공을 거둔 작품도 있었지만 이후 발표되는 작품은 평론가들로부터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그저 그런 작가로 평가받았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고 평단의 편견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그였다.
   1974년 60세 되던 해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열렬한 포옹'을 발표하고 다음 해에 '자기 앞의 생'을 출판하였는데 이 작품으로 1975년도 공쿠르상을 받았다. 한 작가에게 두 번 주지 않는 공쿠르상 특성상 그는 오촌 조카를 내세워 수상을 거절하는 편지를 보냈지만 주최측은 한 후보에게 주는 것이 아닌 한 작품에 주는 상이라는 주장에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수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이유를 두고 말이 많았다.
   브라질에 있기 때문이다. 레바논 테러리스트다. 대문호와 공동집필 작품이다. 등등 온갖 소문이 무성했는데 그 와중에 로맹 가리가 원고를 쓰는 것을 봤다 아니다 로맹 가리는 그렇게 쓸 능력이 없다. 그는 이미 끝난 작가다. 등 온갖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뒤에 로맹 가리의 조카의 작품이라고 최종적으로 밝혀지자 온갖 비난과 곤란함을 겪기도 했다. 이후에도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 이름을 번갈아 가며 여러 작품을 썼다.
   그때마다 에밀 아자르와 로맹 가리의 평가가 달랐다. 로맹 가리의 시대는 가고 에밀 아자르의 시대가 도래했다. 떠오르는 천재적인 작가 에밀 아자르와 달리 로맹 가리는 한물간 기성작가로 고정화되어버린 경향이 있었다. 심지어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를 시기한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작품의 평가 기준과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편견과 책의 본질 사이에는 모순이 많다는 것을 나중 밝혔다. 그런 것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또한 즐겼다고 밝히기도 했다.
   로망 가리와 에밀 아자르에게 상반되는 평가를 내리는 평론가들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인 것이다. 죽음과 맞바꾼 결과물이었다. '그를 죽인 것은 총이 아니라 우리들의 편견이었다' 라며 프랑스 문단은 큰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의문사가 있고 난 1년 뒤, 그의 아들이 성인이 되는 때를 맞추어 마침내 권총을 입에 물었다.
   사전에 계획한 죽음이었다. 그의 죽음을 통해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한 작가의 치열함과 뜨거운 고뇌를 엿볼 수 있다. 이름을 바뀌어 가며 소설을 써야만 했던 그의 고통은 우리에게 책을 읽는 기쁨을 가져다 주었다. 1980년 12월 2일 '결전의 날'이라는 제목의 짧은 유서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이 난다.
   " 나는 마침내 완전히 나를 표현했다."
시인 전인식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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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