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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진 문화칼럼] 영혼을 잃은 얼굴(2)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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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서유진 작성일20-03-23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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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서유진헨리경을 만난 도리언이 말한다.
     "내 초상은 햄릿의 구절에 나오는 '슬픔의 그림자처럼, 심장 없는 자의 얼굴'이었어요." 쾌락주의자 헨리의 대답이 돌아온 탕자 같다.
     "온 세상을 얻는다 해도 자기 영혼을 잃는다면 인간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이 말은 성경 마가복음을 인용한 말이라는 해설이 표기되어 있다. 도리언은 공포에 떨며 생각한다. 자신의 아름다움은 가면이었고 자신을 망가뜨렸다. 살인의 죄에 눌린 그는 양심과 같은 자기 초상을 파괴하여 평화를 찾으려 한다. 결국 그는 초상을 칼로 찔렀다. 그런데 그가 찌른 것은 자신이었다. 기이하게도 흉측한 초상의 모습은 예전의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고, 도리언은 쪼글쪼글하게 주름진 혐오스러운 늙은 얼굴로 변해 있었다.
 
     그는 368 페이지 분량의 줄거리를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영이 씨가 다시 보였다. 역시 사람을 외모로 봐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가 물었다.
     "영이 씨는 영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네, 헨리 경이 예술에는 영혼이 있지만 인간에게는 영혼이 없다는 말을 도리언이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했지만, 우리에게는 영혼이 있어요. 영혼은 아주 또렷한 실체를 가졌어요. 영혼은 사고팔 수도 있고 다른 것과 바꿀 수도 있고요. 독에 물들어 파괴될 수도 있고 완벽하게 아름다운 것이 될 수도 있지요"
     "오, 좋은 생각입니다"
     "아니 뭐, 오스카 와일드가 도리언에게 시킨 말인데요."
 
  "그래요? 기억이 가물가물해서요."
     "그런데 선생님, 정말 좋은 책을 잘 선택해서 읽어야겠어요, 도리언도 개심하면서 헨리에게 충고했잖아요"
     ―당신은 언젠가 내 정신에 독이 될 뿐인 책 한 권을 선물했지요. 결코 그 일을 용서하지 못할 겁니다. 앞으로 누구에게도 그 책을 빌려주지 않겠다고 약속하세요. 그 책은 진실로 해로운 책입니다.
     그러나 작가는 헨리 경의 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어요. 온 세상이 부도덕한 책이라고 비난하는 책이 있다면 그 책은 세상을 향해 세상의 치욕을 드러내 보여 주는 책이라고요.
     그가 영이 씨에게 부언했다. 김선주(황금가지) 역자의 해설이었다.
     오스카 와일드는 도리언의 파멸에서 '자기 탐닉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교훈을 얻을 거라고 말했다지요. 데카당스와 댄디즘이 결부된 유미주의는 퇴폐와 쾌락을 동반하는 예술사조로서 19세기 말의 전통적 예술관과 가치관을 전도시킨 사조였어요. 예술의 아름다움을 고귀한 삶보다 더 우위에 두는 세 인물의 파멸을 통하여 예술의 데카당스적 유미주의의 위험을 경고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오스카와일드는 눈부신 성공을 이루었지만 참담하게 몰락하여 1900년 파리의 한 여관에서  죽을 때까지 치욕과 수모의 삶을 살았어요. 그가 앙드레 지드에게 한 말은 너무나 가슴 아프지요.
 ―내 어머니와 아버지는 내게 고귀하고 명예로운 이름을 주었네. 내가 그 이름을 영원히 더럽혔지. 나는 내 이름이 천박한 사람들이 주고받는 저열한 농담이 되게 했어. 내가 내 이름을 진창에 끌고 다녔어.
 
     오스카 와일드는 32세 때 청년 로버트 로스를 만나는데, 그를 계기로 난잡하고 파괴적인 동성연애자의 생활방식에 빠져들었어요. 이것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미묘하게 암시되지요. 41세 때 남색 혐의로 체포되어 미성년자(앨프레드 더글러스) 학대 죄로 2년 중노동형을 받고 형기 중 사후 출간된 '진창에서'를 썼어요. 석방 이후 더글러스와 다시 만나 함께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전전했다네요. 아내요? 그가 죽기 2년 전 사망했어요. 세상을 떠날 때까지 비참하게 살았지요.
 
     "선생님, 참 아이러니해요. 아름답다는 게 이리 끔찍한 줄 몰랐어요. 영혼을 잃은 얼굴은 추악하게 변하는군요"
     "어디 그뿐일까요. 삶도 파멸시키고 말지요"
     좋은 책을 읽게해 주어 감사한다는 말을 반복하는 영이 씨에게 진심이 느껴져 그는 가슴이 뿌듯했다. 다시는 성형을 하고 싶지 않다는 영이 씨의 심적 변화는 그가 모르는 또 하나의  보너스였다.
소설가 서유진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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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