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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훈 특별기고] 한 기업의 가격 결정이 사회에 주는 영향은 어디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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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경영학… 작성일20-04-1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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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주재훈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은 2011년 스마트폰 앱으로 음식점과 음식 주문 고객을 연결해주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2020년 4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라 함)은 가격 정책을 오픈 리스트 방식에서 오픈 서비스 방식으로 변경했다. 도대체 오픈 리스트란 무엇이고, 오픈 서비스란 어떤 의미인가? 가격 체계의 변경 전에는 배달 앱을 이용하는 업소는 다음 2개 대안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다.
     첫째, 메뉴 카테고리(치킨, 한식, 일식, 피자 등)에서 스마트폰 화면의 최상단에 3개 광고를 리스트 방식으로 노출한다. 다수의 업소가 신청한 경우, 무작위로 3개 광고가 화면의 상단에 뜬다. 무작위이기 때문에 신청 업소가 노출될 확률은 같다. 이를 오픈 리스트 광고라 한다. 오픈 리스트 광고로 주문이 발생하면, 업소는 매출액의 6.8%를 수수료를 낸다. 매출 발생 시에만 광고비가 지출되기 때문에 CPS(cost per sale) 방식이라고도 한다. 또한 매출에 비례한 광고료이기에 정률제이다.
     둘째, 정액제로 월 88,000원(부가세 포함)을 내는 울트라콜 광고이다. 울트라콜을 신청하면, 업소의 광고 주소를 주변으로 반경, 1.5-3.0 km 내의 배민 앱 이용자들의 스마트폰 화면에 노출된다. 앱 화면의 최상단에는 오픈 리스트의 3개 광고가 노출되고, 그 하단에 울트라콜 광고가 올라온다. 정액제이기에 매출이 발생해도 별도의 수수료는 없다.
     울트라콜 광고의 문제점은 자금력이 있는 업소가 여러 개의 깃발 꽂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게 웬 말인가? 배민에는 업소의 실제 주소가 있고, 광고 주소가 있다. 업소는 광고 주소를 가짜로 여러 개 등록할 수 있다. 앱을 이용하는 주문자 고객이 우리 업소를 화면에서 쉽게 찾아 주문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깃발 꽂기를 많이 하면 된다. 실제 주소 인근의 몇 곳으로 광고 주소를 등록하여 그 수만큼 요금을 내면, 깃발의 수가 늘어난다. 깃발의 수가 늘어난 만큼 업소의 광고가 많이 노출된다. 그러다 보니 울트라콜 한번 만 신청한 영세 업소의 광고 노출 빈도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영세 업소가 피해를 본다는 불만이 있었다.
     배민은 오픈 리스트 광고를 오픈 서비스 방식으로 바꾸었다. 오픈 서비스란 오픈 리스트에 뜨는 광고 수의 제한을 없애고 매출 발생 시의 수수료를 인하하여 5.8%를 받는 방식이다. 문제는 울트라콜 방식에 의존하던 업소 고객들이 실질적으로는 이를 이용하는 효과가 없어 업소의 선택권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왜냐 하면, 오픈 서비스로 앱 화면의 위 부분에는 오픈 서비스 광고가 나타나기 때문에 울트라콜 광고는 스마트폰의 스크롤을 내리고 내리고를 수없이 해야 노출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정률제이기에 매출이 많을수록 수수료 부담이 가중되어 가격 인상의 압박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제 배민 비즈니스 생태계 관점에서 이 현상을 들어다보자. 배민 생태계에서 앱이 플랫폼이고, 이 플랫폼에는 업소 고객과 주문자 고객이 있다. 따라서 배민 생태계는 양면 시장이다. 업소 고객도 오픈 서비스로 혜택을 보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이 있다. 업소 고객을 대표하는 협회로 외식업중앙회와 소상공인협회가 있다. 규제기관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 지방정부가 있다. 배민의 배달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경영자, 고객(업소 고객과 주문자 고객), 협회, 규제기관, 언론사, 지역사회 등의 이해관계자 간에는 가격 체계를 두고 갈등이 존재한다. 오픈 서비스의 정률제 방식을 반대하는 고객(물론 손해를 본다고 판단하는 집단의 고객), 협회, 규제기관이 하나의 세력으로 집결하는 추세이다.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가 이미 요기요와 배달통을 인수했고, 배민의 우아한형제들도 인수합병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다. 그렇다면, 국내 배달 앱 시장은 99%를 독점하는 꼴이 된다. 규제기관은 인수합병으로 과도한 수수료 인상의 시각에서 배민의 가격 정책을 따져보게 된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언론과 지역사회는 이 문제를 다루게 된다. 결국, 이전에는 한 기업이 가격 결정을 함에 있어서 중요하게 고려하지도 않았던 것이 이해관계자들의 역할 변화로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되고 있다. 수수료 문제로 배민 생태계는 BTS 생태계에서 고객이 옹호 세력이 되는 경우와는 정반대의 현상에 직면했다.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배민의 경영자는 비즈니스 생태계 혜안으로 이해관계자 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풀고,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못하면, 결국 기업 이미지와 명성에 손상을 입고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가는데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오늘날 기업가는 예전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이해관계자들 간의 관계를 들어다보고 갈등의 소지를 발굴하여 균형을 잡아가는 방법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경영학…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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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