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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의 라오스로 소풍갈래?] 아름다운 `은둔` 허문 자리 여행객만 좇는 불안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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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작성일20-04-1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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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앙프라방의 꽝씨폭포   
[경북신문=이상문기자] 나는 라오스가 공무가 아닌 순수 여행자들에게 국경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 처음 방문했다. 세계 최빈국의 하나로 분류되던 라오스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끌어당겼다. 아시아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라오스. 한반도보다 1.1배 큰 면적을 가졌고 국토의 70% 이상이 산악지형이거나 고원지대여서 곳곳이 첩첩산중인 나라. 바다를 접하지 않은 순수 내륙국가. 중국 칭하이성에서 발원한 메콩강이 본격적으로 내달리면서 라오스의 서쪽 국경을 따라 줄기차게 흐른다.
  메콩강이 내려준 자연의 선물로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으며 요족하게 살아갈 것 같지만 주변 강대국들, 서양 열강의 침입에 속수무책 당했던 가여운 나라가 라오스였다. 베트남전쟁 때에는 이웃 맹주였던 베트남의 편을 들었다가 미국의 호된 폭격을 당해 국토의 절반이 황폐화 됐던 아픈 현대사를 안고 있다. 내가 아는 라오스는 고작 그 정도였다.
 
                      ↑↑ 수도 비엔티안의 빠뚜싸이 위에서 바라본 시가지 전경   
  나는 그 후 여러 차례 더 라오스를 방문했다. 내가 처음 방문한지 20년이 가까워지는 현재, 라오스는 상전벽해를 거듭하고 있다. 신호등 하나 없던 수도 비엔티안의 도로에 교통체증이 생겼고 고산족들이 밤새 산에서 내려와 좌판을 펴던 아름다운 시장터에는 대형 쇼핑몰이 세워졌다. 곳곳에 호텔이 생겨났고 다국적 편의점이 골목마다 자리 잡았다. 사람들의 입성은 몰라보게 깔끔해졌고 퍼석하던 얼굴에 윤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 루앙프라방의 왓씨엥통 본당 벽의 황금불화   
  오랜 세월 소라게처럼 외부 세력의 침입이 감지되면 잽싸게 딱딱한 등껍질 속으로 몸을 숨겨 웅크리던 라오스가 아니다. 2008년 뉴욕타임스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관광지' 1위로 라오스를 꼽은 이후 전 세계의 여행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인 여행자들도 당연히 늘어나는 추세다. 2011년 3만4707명에서 2012년 5만3829명, 2013년 8만1799명으로 꾸준히 늘었고 한 케이블 TV에서 인기 있는 남자 배우 셋이 라오스 배낭여행을 즐기는 리얼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2014년에는 폭발적으로 늘어나 2017년 17만511명, 2018년 17만4000명의 한국인 여행자들이 라오스를 찾았다.

                      ↑↑ 방비엥 인근 산골의 소수민족 야오족 어린이들   
  대부분의 언론과 매체에서는 라오스를 '에덴동산', 혹은 '지상 최후의 낙원'으로 표현한다. 직접 라오스를 방문해 보면 그 표현이 실감이 난다.

  왜냐하면 삶의 환경이 철저하게 도시화 되고 디지털화된 상황에 살다가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자연이 펼쳐지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원시의 삶이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 평가를 내렸을 때 마땅한 어휘를 고르지 못하고 불쑥 던질 수 있는 말이 에덴, 낙원뿐일 것이다.

                      ↑↑ 내륙국 라오스에서 유일하게 생산되는 소금을 캐는 소금마을   
  그러나 그들의 삶은 유감스럽게도 그런 고급스러운 단어로 치장할 만큼 여유롭지 않아 보인다. 참 어렵게 살아가는 듯하다. 외국인 여행자들이 누리는 호사는 언감생심 그림의 떡이다. 좋은 잠자리와 기름진 음식, 언제 어디서나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행하는 자유로운 행동을 그들은 망연자실 바라보며 부러워할지도 모른다.

  세계 어느 오지를 가나 이 일은 벌어지고 있다. 과연 그들은 달러를 떨궈주고 가는 여행객들이 진심으로 반가운 것일까? 국민소득 500달러도 되지 않던 20년 전에 비해 1500달러가 넘어선 지금의 삶에 만족해할까?

                     
  지금 당장 라오스는 관광산업이 국민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번듯한 공장 하나 없이 모든 공산품을 중국과 태국에서 수입하는 나라에 여행자들이라도 없으면 어쩌란 말인가. 조상이 간직해 준 천혜의 자연과 그들의 핏속에 흐르는 온순하고 해맑은 천성이 외국인을 불러들인다.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혹시 라오스인들이 눈앞의 달디 단 빵에 눈이 멀어 미래를 그르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불안한 건 사실이다. 아름답던 시골마을이 번듯한 도시로 변하고 있고, 중국과 국경을 맞댄 북부지역은 무시무시한 중국의 공룡자본이 침투해 중국의 변방으로 전락하고 있다.

  과연 라오스는 은둔의 땅이 맞을까? '은둔'이라는 단어의 뉘앙스를 쫓아 여행객들은 몰린다. 여행객들의 눈에서 콩깍지가 벗겨진다면 라오스는 무엇으로 살아갈까?
이상문   iou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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