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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의 라오스로 소풍갈래?] 매혹적인 달빛이 피운 향긋한 메콩강의 정취 순백의 영혼들 미소가 꿀맛 같이 달콤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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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작성일20-04-2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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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이상문기자] 초저녁달이 떴다. 제 살을 불려 만월이 된 달은 동부 안남산맥을 간신히 넘어 이제 막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하늘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가파른 산의 허리가 휘청하면서 철퍼덕 드러누운 평원으로 '어머니의 강' 메남콩이 도도하게 흘렀다. 허공을 가르며 오르던 달이 문득 강을 굽어봤다. 그 강에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요염하게 생긴 몸매가 한 눈에 들어왔다. 달은 나르시시즘에 빠졌다. "이 정도니까 내가 지상의 밤을 지배하는 것이야."
 
◆ 순백의 영혼을 가진 사람들

  잠시 스스로 도취돼 지긋하게 눈을 감았던 달이 발걸음을 재촉하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달에 비친 자신의 몸매보다 더 황홀한 풍광이 메남콩의 강변에 다소곳이 놓여있는 것이 아닌가. 달은 강변 마을의 매혹적인 자태에 빠져 가던 길을 멈추고 말았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다니.

                     

  깊은 밀림 속에 갖가지 나무들은 자라고 그 나무들에서 풍겨 나온 향기가 하늘을 덮고 있었다. 새들은 둥지를 틀고 이른 잠에 들었고,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야행성 맹수들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덩치 큰 백만 마리 코끼리들은 메남콩의 물로 목을 축이고 있었다. 강을 몸에 감은 마을이 있고 그 마을에 순백의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세상에, 나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있었다니" 달은 이 아름다운 마을을 갖고 싶었다. 날마다 메남콩을 가로지르며 이 마을을 굽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달은 이 마을을 '달의 마을'이라고 이름 짓고 침을 발랐다. 그제야 안심하고, 넋을 놓고 멈췄던 걸음을 다시 떼기 시작했다.

  비엔티안은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라오스 말 'Vieng'과 달이라는 뜻을 가진 라오스 말 'Tieng'이 합쳐져 생긴 이름이다. 비엔티안의 하늘에 달이 뜨면 말 그대로 그림이다. 한적한 시골마을의 모습을 벗어났지만 아직은 한적한 한 나라의 수도 비엔티안은 달과 어울릴 때 제 맛이 난다. 그처럼 아직 땟국이 덜 묻은 도시라는 뜻이다.
                    

◆ 낭만적 밤풍경, 밀어를 나누는 연인들

  저녁 무렵, 작렬하던 햇살이 수그러진 메콩강변을 느리게 걷다보면 별을 보고 싶어진다. 서정적 감흥에 도취되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이런 도시에 온다면 아마 에메랄드빛을 내는 별이 쏟아질 것이라는 착안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비엔티안이 사막도 아니고, 수천 미터 높이의 고산지대도 아닌 이상 기대했던 별을 보기는 힘들다. 더구나 열대우림의 하늘이 쾌청할 리가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상상을 하면서 하늘을 봤다면 말짱 헛수고는 아니다. 휘영청 밝은 달을 볼 수 있다면 의외의 수확을 올리게 된다.

  메콩강변에서 바라보는 달을 상상해 보라. 길이 4,020km, 유역면적 80만㎢의 동남아시아 최대의 강인 메콩강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의 강이다. 갠지스강이나 나일강의 이질적인 느낌과는 다르다. 왠지 친숙하고 이웃 도시에서 흐르는 강인 듯하다. 비엔티안의 메콩강변은 밤이 되면 불을 밝힌다. 후텁지근한 강바람을 맞으며 파인애플 속을 파내 담은 볶음밥과 강 건너 태국에서 수입한 물간 해산물 요리로 배를 채운 뒤 비어라오를 마시거나 시럽을 적당하게 뿌린 수박주스를 마시면서 친근하지만 쉽게 볼 수 없었던 메콩강의 정취에 젖어든다.

                     

  연인들은 강변을 걸으며 이국의 밤풍경이 더해진 밀어를 나눈다. 더러는 과장된 고백이 돌출하기도 하겠지만 그건 슬그머니 용서된다. 현지인들과 외국인들이 뒤섞여 자유로운 또 하나의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 낸다. 그런 곳을 지긋이 내려 비추는 달은 참으로 아름답다. 툰드라지역에서 보는 달과 마천루의 도시에서 보는 달, 또는 설산에 걸린 달과 다른 분위기지만 메콩강을 비추는 달은 내가 본 달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 중 하나다. 그리고 그 달이 주는 몽환적 분위기를 안고 여행자들은 제각각의 숙소로 돌아와 꿀맛 같은 잠에 빠져든다. 강변에서 들은 고백을 주제로 핑크빛 꿈을 꾸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 소박한 옷차림, 정갈한 성정

  한적한 골목에서 만나는 현지인들은 모두 반가운 웃음을 던진다. 태국을 두고 '미소의 나라'라고 하지만 라오스 사람들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사내들의 갈색 팔뚝과 종아리에서 건강미가 뿜어져 나오고 여인들의 짙은 흑채를 뿌린 듯한 머릿결에서는 진솔함이 묻어난다. 막다른 골목에서 현지인을 만나면 그들은 약간 몸을 비틀어 길을 터주거나, 여인의 경우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가장자리로 물러선다. 그러면서도 얼굴에서 미소를 거두지 않는다.

                     

  그리고 가까이서 느끼는 비엔티안 사람들의 몸에서는 항상 꽃향기가 날 정도다. 그만큼 청결하다는 말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저개발 국가의 국민들은 옷차림도 남루하고 몸 냄새도 적지 않다. 또 대부분 그 생각은 적중한다. 라오스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주변 환경을 정갈하게 하는 것과 함께 몸가짐도 단정하게 유지한다. 비록 고급 옷감은 아니어도 소박한 옷차림이 그들의 성정을 깨닫게 한다. 옷깃에 더러운 때가 묻은 경우를 보기 힘들다. 오히려 여행자들의 자유분방한 옷차림과 열대지역에서 흘린 땀에 묻어나는 체취가 조심스럽기까지 여겨진다.
이상문   iou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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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