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의 라오스로 소풍갈래?] 이상하고 아름다운 `비엔티안` 에 녹다 > 실시간

본문 바로가기


실시간
Home > 건강 > 실시간

[이상문의 라오스로 소풍갈래?] 이상하고 아름다운 `비엔티안` 에 녹다

페이지 정보

이상문 작성일20-04-30 19:28

본문

↑↑ 라오스의 국부로 불리는 셋타티랏왕의 동상. 동상 뒤로 라오스에서 가장 유명한 사찰인 파탓루앙이 보인다. 파탓루앙은 '위대한 불상'이라는 뜻을 가졌고 부처님의 사리가 보관돼 있다. 황금색 불탑을 만든 이가 바로 셋타티랏왕이다.   
[경북신문=이상문기자] 650만 명의 라오스 인구 중 약 2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수도 비엔티안에 몰려 산다.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어느 나라보다 심한 편이다. 비엔티안은 라오스의 수도답게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다.
 
  현재의 비엔티안은 분주하다. 학생들은 하얀 교복을 입고 이른 아침 등교를 서두르고 긴팔 와이셔츠 차림의 회사원들은 길가 노점에서 간단한 아침을 떼우고 직장으로 향한다. 상인들은 가게의 문 앞을 긴 빗자루로 정갈하게 쓸어대고, 대중적 교통수단인 툭툭이 기사들은 여행자들이 모인 길거의 입구에 운집해 승객을 기다린다.
 
                      ↑↑ 라오스와 태국의 국경. 이 국경을 넘으면 태국의 북부도시 농카이가 나온다.   
  나름대로 활기찬 모습을 가진 비엔티안이지만, 아직은 허술하다. 비엔티안의 메콩강을 건너면 바로 태국의 북부 이산지방의 작은 국경도시인 농카이다. 농카이는 태국에서도 가난하기로 이름 난 이산지방의 작은 도시에 불과하다.
 
  그런데, 비엔티안에서 1시간 남짓 달리면 나오는 국경만 넘으면 세상이 달라진다. 일국의 수도에 있다가 태국의 시골도시로 건너갔지만, 부풀려 말하면 어느 시골 읍 단위의 도시에 살다가 도쿄의 신주쿠 거리에 나온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그만큼 농카이 시장에 내놓은 물목은 화려하고 메콩강을 끼고 있는 식당의 메뉴는 기름지다. 이 묘한 대비를 통해 라오스가 얼마나 빈한한 국가인지 알게 된다.

  국경을 건너면 태국 소유의 버스가 나타나고, 그 버스는 라오스의 버스에 비해 엄청나게 편리하다. 에어컨이 속 시원하게 가동되고 천장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라디오 방송의 진행자 목소리부터 활기차게 들린다. 툭툭이 기사의 흥정도 다르다.
 
  라오스의 툭툭이 기사들이 부르는 운임은 각양각색이다. 조금 닳아 보이는 기사는 여행객의 인상착의를 파악하고 나서 만만하고 얼뜨다 싶은 사람에게는 정상 운임의 대여섯 배 부풀려 던져 놓고 타협을 시도한다. 승객이 거부하고 뒤돌아서면 그제야 정상에 가까운 운임을 제시하면서 달려온다. 농카이의 기사들은 달랐다. 대부분의 기사가 제시하는 운임은 비슷했다. 그리고 그 운임이 못마땅해 돌아서는 승객들은 뒤돌아보지 않고 무시해 버린다. 경제적 여유에서 오는 결과일 것이다.

  아이스크림이나 과일 주스, 과자를 사서 들면 어김없이 태국 제품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과자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라오스에서 만드는 먹을거리는 아직 자연에서 얻는 것밖에 없다.

                      ↑↑ 비엔티안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   
  그러나, 비엔티안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다른 국가들의 도시에 비해 어딘가 모르게 낭만적인 도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여행자 거리를 벗어난 국립문화센터 주변과 비교적 잘 정돈된 거리를 걷다보면 목가적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이 따져보니 건축물이 주는 매력도 한 몫을 한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지어진 고급 주택들이 아직 고스란히 남아 있고 더러는 새롭게 고쳐서 활용하고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듬뿍 주기 때문이다.

                      ↑↑ 비엔티안의 골목골목에는 아침부터 돼지고기나 닭꼬치를 구워파는 노천식당이 문을 연다.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아침부터 외식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비엔티안의 중심 시가지에 분수 하나가 있다. 남푸 분수다. 이 분수를 기점으로 여행자들은 길을 더듬는다. 그러나 이 분수는 그냥 시늉만 하고 있을 뿐 본래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 요즘 들어서 밤이 되면 물을 뿜고 원색의 촌스러운 조명도 함께 쏘아 올리지만 차라리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분수가 더 인상적이다. 한낮의 햇살에 온통 속살을 드러내고 버티는 분수 주변에는, 아무도 얼씬거리지 않는다. 바싹 마른 분수는 단지 동서남북을 구분해 주고 비엔티안 여행의 지남철 역할만 한다.

                      ↑↑ 비엔티안의 시내 중심에 위치한 남푸분수의 야경   
  남푸 분수를 보면 반갑다. 비엔티안의 모습을 보는 듯하기 때문이다. 필요 이상의 허세가 아니라 절제할 줄 알고 꿋꿋하게 남루를 견딜 줄 아는 끈기를 본다. 낯선 땅을 밟은 이방인들을 모두 품어 안고 일일이 길을 일러주는 친절함도 있다. 밤이 되면 그제야 물을 뿜어 올려 제 깜냥의 멋으로 여행에 지친 손님의 몸을 쉬게 한다.

  메콩강변에서, 남푸 분수에서 깊어가는 밤을 즐기다가 타박타박 숙소로 돌아가는 여행자들의 발길을 인도하는 것이 있다. 소담한 달빛이다. 달의 마을 비엔티안의 어두운 골목길을 밝히는 것은 어설픈 가로등이 아니라 우아한 달빛이다.
이상문   iou518@naver.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이메일무단수집거부
Copyright © 울릉·독도 신문. All rights reserved.
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